1600년대 스웨덴, 중앙은행의 씨앗이 뿌려졌어요
오늘날 전 세계 경제의 핵심 축 중 하나는 중앙은행이에요. 그런데 이 시스템의 시작은 아주 오래전인 16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요. 스웨덴의 '리스방켄(Riksbanken)'은 1668년에 설립되어, 세계 최초의 중앙은행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어요. 그보다 앞서 영국의 중앙은행으로 널리 알려진 '잉글랜드은행(Bank of England)'은 1694년에 세워졌기 때문에, 리스방켄이 26년이나 더 먼저였던 거예요.
리스방켄은 스웨덴 의회에 의해 설립됐고, 상업적 목적보다는 국가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금융 기구로서의 성격이 강했어요. 당시에는 금속 화폐가 중심이던 시대였지만, 리스방켄은 이자 지급, 어음 교환 등 다양한 형태의 금융 서비스를 실험했어요. 특히 국가 예산의 균형과 물가 안정을 목표로 통화 공급을 조절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중앙은행과 유사한 역할을 이미 수행하고 있었던 거예요.
리스방켄은 어떻게 현대 중앙은행의 모델이 되었을까요?
리스방켄의 활동은 이후 각국 중앙은행 설립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중앙은행은 단순히 돈을 발행하는 기관을 넘어, 통화 정책을 수행하고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요. 리스방켄은 설립 초기부터 '국가의 돈을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운용되었고, 이는 오늘날 중앙은행의 핵심 철학과 맞닿아 있어요.
또한 리스방켄은 역사적으로도 많은 실험을 했던 은행이에요. 19세기에는 지폐 발행권을 놓고 민간 은행과 경쟁하다 결국 지폐 발행의 독점권을 얻었고, 20세기 초에는 경제학자 크누트 빅셀(Knut Wicksell)의 영향을 받아 금리 정책을 통한 물가 조절 실험도 했어요. 이런 정책 실험은 현대 통화 정책의 기초를 다지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어요.
이처럼 리스방켄은 '중앙은행'이라는 제도 자체가 자리 잡기 전부터 그 역할을 수행했고, 실제로 각국 중앙은행이 만들어질 때 참고 모델이 되었어요. 스웨덴은 단지 북유럽의 한 나라가 아니라, 현대 금융 시스템의 중요한 출발점이 된 셈이에요.
지금의 리스방켄은 어떤 모습일까요?
오늘날 리스방켄은 스웨덴의 통화와 금융 안정에 책임을 지고 있는 핵심 기관이에요. 물가 안정, 실업률 개선,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 유지를 목표로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어요. 스웨덴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유로화를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리스방켄은 스웨덴 크로나(SEK)를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특히 디지털화폐 도입 실험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리스방켄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이크로나(e-krona)'를 시험 중인데요, 이는 세계 주요 중앙은행 중에서도 비교적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예요. 현금 사용이 급감한 스웨덴에서 디지털 결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해요.
뿐만 아니라 리스방켄은 투명하고 독립적인 운영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요. 정치권과 적절히 거리를 두면서, 전문성과 객관성에 기반한 정책 결정으로 글로벌 금융계에서 신뢰를 받고 있어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중앙은행이 여전히 '가장 현대적인 중앙은행'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