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한복판, 철문 뒤에 숨겨진 금의 왕국이에요
금이 가장 많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포트 녹스를 떠올리지만, 사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이 보관된 곳은 미국 뉴욕 맨해튼 지하에 있는 '연방준비은행 금고(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 Vault)'예요. 이곳은 월가 근처 리버티 스트리트 33번지에 위치하고 있어요.
이 금고는 지상으로부터 약 25미터 아래, 맨해튼 암반층을 파고들어 만들어졌어요. 튼튼한 철문과 24시간 보안 시스템으로 철통 같은 경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전체 금고는 원형 구조를 이루고 있고, 중심에는 지름 90톤짜리 거대한 금고문이 있어요. 여기를 통해 수많은 금괴가 들어오고 나가요.
놀라운 점은 이곳에 보관된 금의 대부분이 미국 정부의 소유가 아니라는 거예요. 전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과 국제기구가 자신들의 금을 안전하게 맡기기 위해 이곳을 이용하고 있어요. 2020년 기준으로 약 6,500톤 이상의 금이 저장되어 있었는데, 이는 전 세계 공식 금 보유량의 약 5%에 해당하는 규모예요.
왜 금을 맨해튼 지하에 보관할까요?
전 세계 각국의 금이 왜 하필 뉴욕에 모여 있을까요? 이유는 간단해요. 뉴욕은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고,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국제 금융 거래에서 신뢰성과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이에요. 또한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높은 수준의 보안과 신뢰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각국이 안심하고 금을 맡길 수 있어요.
금은 단지 보유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 거래하거나 담보로 활용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물리적으로 금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해요. 뉴욕 금고의 경우, 금을 직접 이동시키는 대신 내부 기록만 수정해서 '소유권 이전'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져요. 이를 '금의 교환 시스템(gold swap)'이라고 불러요.
이 시스템 덕분에 금을 실제로 운반하지 않아도 거래가 가능하고, 안전하게 자산을 운영할 수 있어요. 각국 중앙은행이 미국으로 금을 보내는 이유는 단지 보관 때문만이 아니라, 이런 유동성과 효율성 덕분이기도 해요.
맨해튼 금고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요?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금고는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이지만, 사전 신청을 통해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해요. 보안상 민감한 구역은 출입이 제한되지만, 일부 구간은 방문객에게 공개돼서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방문하곤 해요.
금고 내부는 무게와 부피, 순도에 따라 철저히 관리되고 있어요. 금괴 하나의 무게는 보통 12.4kg(400온스)이고, 순도는 99.5% 이상이에요. 모든 금은 정해진 위치에 놓이고, 그 위치와 무게가 정기적으로 점검돼요. 감시카메라, 센서, 무장 경비까지 동원돼서 빈틈없는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또한 이 금고는 미국 정부가 직접 소유하거나 운영하지 않아요. 연방준비은행은 민간과 공공이 혼합된 구조를 가지고 있고, 금고에 있는 금은 전적으로 해당 국가들의 자산이에요. 미국은 단지 '보관자'의 역할만 하고 있어요. 이처럼 세계 금융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장소지만, 그 운영은 철저하게 계약과 신뢰에 기반하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날에도 세계 여러 나라가 '자국의 금을 뉴욕에 보관하겠다'고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히 안전해서가 아니라 효율적이고 투명한 국제 금융의 상징이기 때문이에요.